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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서울 프라이드

아시아/한국 2017.07.22 16:37 Posted by mitr
2017-07-20



나의 서울 프라이드



알렉스 앤더가 2017년도 서울 프라이드에 참가 경험담과 함께 지금 한국에서 LGBT 자긍심이 가지는 의의에 대해 소개한다.






지난주 토요일 서울에서는 게이 프라이드 행진이 개최되었다나는 이번 프라이드 행진이 띄는 중요성에 대해 설명하기 위해  글을 쓰기로 했다.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어떤 면으로 보나 그리 개방적인 나라는 아니다. 사실 한국 사회는 동성애에 대해서만 소극적인 것이 아니라  자체에 소극적이라   있다하지만 LGBT 공동체의 인권보장 대한 요구가 대두하면서 개인적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사생활이 공정성 및 평등과 교차하게 되었고, 그러면서 평등에 가장 공격적이고 열성적으로 맞서는 반대세력도 대두하게 되었다. 


작년 퍼레이드는 서울시가 기독교 시위단체들의 요구를 받아들여 (공식적인허가가 나지 않았지만[각주:1]행사는 강행되었고 참가자들은 서울시의 조치에 저항하며 행진했다결국 행진은 성공리에 마쳤지만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긴장감 속에서 진행되었다이로 인해 LGBT 공동체는 가장 격렬한 반대세력의 표적이 되었고이들은 올초 대선 시기까지 LGBT 공동체를 겨냥했다. 


올해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5 조기 대선이 치러졌다부패 사건으로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에서 박근혜가 이끌던 보수정당 자유한국당은 지지를 만회하기 위해 희생양이 필요한 상황이었다이렇게 해서 대선 토론회에서는 (광범위한 의미에서) ‘동성애자 대한  후보들의 입장이 큰 이슈로 대두되었는데오직  후보(소규모 정당을 대표해 출마한 심상정 후보)만이 지지 입장을 밝힌 반면자유한국당은 동성애 금지법이 마련되어야 한다며 격렬한 반대입장을 전개했다다행히도 민주당의 문재인 후보가 당선되었지만 후보 역시 동성애자에 대해서는 박해 받아서는 안된다고만 했을  어떤 긍정적인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각주:2].


그런 가운데 같은   육군 장교가 동성성교를 했다는 이유로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소식은 LGBT 공동체에  타격을 안겨 주었다위험한 선례를 남겼을 뿐만 아니라모든 남성이 2 동안 병역을 이행해야 하는 상황에서, (적어도 2년간의 복무기간 동안은동성성교 자체가 위법행위가 되어버렸기 때문이[각주:3].


이번 행진이 중요한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었다언론의 공격과 우울한 보도로 인해 어떤 행사가 될지 불확실한 상황이었고올해는 특히 서울시가 행진을 허가했기 때문에 그만큼 반대 시위자들도 많이 몰려들 것은 자명했다그래서 나는 내가 사는 시골 동네에서 300km 떨어진 서울을 찾아 연대를 표명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수도권 지역을 포함해) 2천만 명이 넘는 인구가 사는 도시지만러시아워가 아닌 이상 인구가 그렇게 많다는  실감하는 일은 별로 없다서울역에서 시청까지 도보로 이동하니 축제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회장에 가까워질수록 경찰버스가 늘어서 있고노란 우비를 걸친 경찰들이 10~50 명씩 무리를 지어 다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서울 프라이드 2017


그러다 그만 길을 잃고 말았다입구가 어딘지 몰랐던 나는 “그냥 사람들을 따라가면 되겠지하고 생각했다그런데 어떤 사람들을 따라가야 할지 갈팡질팡하다가 그만 반대 시위대의 한가운데에 다다르고 말았다한국사람들에 익숙한 나는 반대 시위자들이 확성기를 들고 구호를 외치며 ‘기독교 교리 설교할 거란 것즘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이 누군지 금방 알아차릴  있었다. 하지만 반대 시위자들이 수천 명씩이나 모인 광경은 나도  적이 없었다나는 왔던 길을 돌아가는 대신 그들 사이를 계속 걸어가기로 했다도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동성간의 사랑을 규탄하는 플래카드들


걸어가면 걸어갈수록  많은 광경이 눈에 띄었고 그들이 들고 있는 슬로건과 설교( 쓰고 협박이라 읽는다장면도 눈에 들어왔다그러면서 불편함과 우울함도 더해갔다아이들까지 데리고 나온 시위자들도 있었었는데 게중에는 아주 어린 아이들도 있었고 십대 청소년도 눈에 띄었다미래의 꿈나무들이 이런 증오에 노출되며 세뇌되고 있는 모습을 보니 끔찍한 심정이 들었다비교적 개방적이고 수용적인 사회와 따스한 가정에서  섹슈얼리티에는  관심이 없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자란 나는 지금까지 이런 시위자들과 한자리에 있어본 적이 없었다. 나는 나처럼 운이 좋지 않은 이들이 일상생활 속에서 어떤 상황을 겪으며 살아가는지 알게 되었다. 



군대의 동성애자 색출을 장려하는 시위자들


너무 시끄러웠다한복을 입은 시위자들의 북소리는 빌딩에 반사되었고플라스틱 박스 위에 서서 확성기로 떠들어대는 전도사들의 소리는 귀를 찢는  했다교회에서 나온 시위단체들의 스피커 소리에  발까지 진동할 정도였고회장을 둘러싼 사람들 제각기 구호를 외치거나  소리로 떠들어댔다. 


축제 회장에 다다르자  소리는  시끄러워졌다음량을 최대로 높인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베이스 소리에 오장육부가  진동하는  같았다그런데 계속 걸어가다 보니 시위자들의 소리가 갑자기 사라졌다언제 그랬냐는  그들의 모습도 시야에서 사라졌다그렇게 분위기는 일변했다종종 폭우가 쏟아지긴 했지만 (태풍 시즌이었다다른 축제였다면 분위기를 망치고도 남았을  날씨 덕분에 사람들은 섭씨 30도의 열기와 99% 습도로부터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비속에서 춤을 추는 사람들도 있었고우산을 나눠쓰며 서로 포옹하는 모습도 보였다그리고  사이를 할머니들이 걸어다니며 일회용 우의를 팔고 있었다. 


그런데 너무 일찍  탓인지참가자가 많아 보이긴 했지만 반대시위자들보다는 적어보였다게다가 축제 참가자층에는 다양성이 별로 없어 보였다같이  친구는 미국 프라이드보다 여성 참가자들이 훨씬  많은 것 같다며 좋아했지만,  18~30 이외의 연령층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비가 와서 그런 걸까아니면 너무 일찍  걸까?


정답은  다였다 시간  퍼레이드가 시작되자 사람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발디딜 틈조차 없었지만 다행히 비가 그친 덕분에 우산을 펼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옥신각신할 필요는 없었다그때  전까지 보지 못했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바로 연장자들이었다행진대열이 서울의 8차선 도로로 접어들면서 공간도 넉넉해졌다그제서야  행진의 규모가 얼마나 큰지 실감하게  나는 갑자기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엄마는 널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한다”라는 피켓을 든 프라이드 참가자


수천여 명이 모여 증오와 공포심을 유발하는 슬로건을 외쳐대던 인파 비집고 나와 퍼레이드 참가자 규모를 보고 실망감을 느꼈던 터라  많은 사람들을 보며 희망으로 가슴이 벅차 오르는 것을 느꼈다사기가 충만해진 나는 3킬로미터에 걸쳐 서울 거리를 걷는 매순간 매순간에 감동을 느꼈다우린 선두에  몇몇 장식차량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에 맞춰 춤을 췄고우리가 무지개 깃발을 흔들자 사람들도 다소 혼란스러우면서도 기쁜 표정으로 손을 흔들어줬다. 


다른 도시의 프라이드 행진과는 달리 이곳에서는 구경꾼 무리가 없었다오직 행진 참가자와 시위자들(그리고 프라이드 행진인지 모르고 얼떨결에 참가한 사람들)이 있을 뿐이었다. 나는  모습을 보며 사람들의 연대감도  굳건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다른 프라이드 행진에 가보면 우스꽝스런 차림을 하 멍하게  있거나관심을 끌기 위해 이상한 행동을 하거나아예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사람들만 잔뜩 모여 있는 경우가 많다그에 비하면 여전히 기본권과 인식변화 그리고 수용을 위해 투쟁중인 한국의 프라이드는 훨씬  순수하고 용기를 북돋아주는 것이었다사람들도 가만히 서서 보기보다는 직접 행진에 참가함으로써 우리를 응원해 줬다. 



행진 루트를 따라 늘어선 경찰 라인




이날 행진에는 85천여 명이 참가했다고 한다이는 역대 최다 참가자수일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훌륭한 사례이기도 하다뉴스 기사는 우울하기만 하고 도로변의 확성기도 시끄럽기 그지 없었지만 이날 나는  사람들이야 말로 소수자라는 사실 깨달았다시끄럽고소란을 피우며머릿기사를 장식할지 몰라도 ‘전통적 가치관 ‘기독교 보수주의 뿌리 깊은  나라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지 않다는 사실 말이다. 




Alex Ander

옮긴이이승훈





My Seoul Pride

Click here for the original article on Fridae. 



  1. 서울광장내 부스 설치 및 무대 공연은 서울시청 관할이지만 행진 허가는 서울시청이 아니라 서울경찰 관할이다. 또한 작년 축제의 경우 5월 15일 기독당이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였으나, 6월 9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기각하였으므로, 허가하에 치러졌다. 참조: 위키백과 '퀴어문화축제' [본문으로]
  2. 4월 25일 JTBC 대선 토론회에서 문재인 후보는 동성결혼 및 군대내 동성성교 반대 입장(즉 박해 찬성 입장)을 명확히 밝혔다. [본문으로]
  3. 군형법 92-6조는 1962년에 제정되었다. 따라서 이번 동성애자 색출 사건은 군대내 동성성교가 위법행위가 된 계기라 할 수 없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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