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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5.08.12 페르시아의 시 애호가들

2013-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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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흐무드와 아야즈. 삽화: Eric Williams




11세기의 한 술탄과 그가 사랑했던 노예 이야기 




사랑과 헌신은 영겁 이래로 인간의 관심사였지만, 사실 이성애와 일부일처제는 꽤 최근에 생긴 개념이다. “전통적인 결혼”을 강조하는 종교지도자들은 다자혼과 비규범적인 섹슈얼리티의 오랜 역사를 간과한다. 


가즈니에서 태어난 마흐무드11세기초의 정복자이자, ‘술탄’이란 칭호를 최초로 얻은 왕이기도 하다. 그는 아홉 명의 아내 외에도 다른 여성들과 관계를 가졌는데, 아야즈라는 남성과의 염문은 그의 여성편력담에 파뭍혀 종종 간과되곤 한다. 


마흐무드는 971년 호라산(오늘날의 아프가니스탄)의 가즈나라는 지역에서 태어났다. 23살이 되던 해, 투르크계 노예병사였던 아버지에 가담해 왕국을 뒤집고 새 나라를 세운다. 아버지로부터 나라를 물려받은 마흐무드는 이슬람의 이름으로 영토를 넓혀갔고, 가즈나 제국은 이란동부에서 인도 아대륙 서북부에 이르는 방대한 영토를 확보하기에 이른다. 

 

한편, 아야즈의 유년기에 대해 알려진 바는 거의 없다. 10세기 후반에 태어났을 것으로 추정되는 그는 조지아-투르크계 노예로, 조정에서 일하다가 마흐무드의 눈에 띄어 총애를 받았다. 1021년 술탄은 아야즈의 신분을 왕족으로 상승시켜, 오늘날 파키스탄에 속해 있는 라호르 지역의 영주에 책봉한다. 마흐무드는 이전 정권의 배신으로 라호르시를 통째로 불사르고 주민을 내쫓아버렸기 때문에, 새로 책봉된 말리크(왕)인 아야즈는 처음부터 도시를 재건설해야 했다. 그렇게 새로 건설된 라호르는 성곽도시(Walled City)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페르시아 문학는 마흐무드와 아야즈의 관계를 아주 높이 찬양해 왔다. 인간의 본성을 잘 반영한 13세기 시인 사아디의 대표작 ‘부스탄’에는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가 두 차례 포함되어 있다. “사랑에 대하여”라는 장에는 어떤 사람이 마흐무드로부터 총애받던 노예가 “아무런 미도 겸비하지 않았다”며 불평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 말을 들은 마흐무드는 “오, 나의 사랑은 외모도, 육체도 아닌 바로 미덕이라네”라고 답한다. 두 번째 이야기는 마흐무드가 측근을 데리고 외유를 나갔는데, 마침 진주더미가 발견된다. 모두 진주를 차지하기 위해 달려갔지만 아야즈만은 가만히 서 있었다. 마흐무드가 그에게 왜 재물을 차지하려 하지 않는지 묻자, 아야즈는 바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며 다음과 같이 답한다. “소인은 전하의 뒤를 황망히 좇아왔나니, 재물을 탐하여 전하로부터 멀어지고 싶지 않사옵니다.”


마흐무드와 아야즈의 관계는 가장 고귀한 (정신적) 사랑과 헌신, 충성의 대명사로 일컬어졌고, 하나님에 대한 신앙심을 묘사할 때도, 임금에 대한 충성과 연인에 대한 사랑을 묘사할 때도, 두 사람은 언급되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이 칭송받은 미덕은 12세기 시인 니다미-이-아루디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듯, 바로 절제였다. 사마르칸드(지금의 우즈베키스탄) 출신의 니다미-이-아루디는 가즈나 제국의 궁정시인이었다. 그는 ‘차하르 마칼라’라는 작품에서 아야즈에 대한 마흐무드의 “유명한” 사랑을 묘사하고 있다. 마흐무드는 “신심이 독실하고 하나님을 두려워할 줄 아는 자”였지만, 그런 그도 아야즈를 향한 사랑으로 갈등했다는 것이다. 어느날 술에 잔뜩 취한 마흐무드는 아야즈의 아름다움을 거부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인내력의 손으로부터 자제심의 고삐를 끊어버렸고, 마흐무드는 아야즈를 마치 연인처럼 자신의 곁으로 끌어왔다.”


갈등하는 마흐무드에게서 그의 윤리관이 엿보인다. 하지만 마흐무드는 아야즈에게 칼을 건네주고 아름다운 머리를 자르도록 명령한다. 이튿날 잠에서 깬 마흐무드는 전날밤 일어났던 일을 비탄해 하며 궁중시인을 불렀고, 궁정시인은 다음과 같은 함축적인 시를 남긴다. “아름다운 이의 머리카락이 잘린 것은 안타깝지만, 분노 속에 일어나 슬픔 속에 앉아 있을 필요가 어디 있을까. 기뻐하고 즐거워하라. 술상을 불러라. 상록수는 깎을 때 비로소 가장 아름다우니.” 기분이 나아진 마흐무드는 궁정시인과 애인에게 금은보화를 하사한다. 마흐무드는 채통을 지킬 수 있었고, 아야즈는 새 헤어스타일을 얻었다. 윈윈인 것이다. 


이야기 속의 순결한 헌신을 낭만적으로 묘사하는 건 쉽지만, 실제로 마흐무드와 아야즈가 욕망을 억눌렀다고 보기는 어렵다. 동성애와 일부다처 때문에 “독실하고 하나님을 두려워하는 자”로 기억되긴 어려울지 몰라도, “헌신적인 연인은 화살과 돌이 비처럼 쏟아진다 한들 님에게 손을 뻗는다. 기억하라. 바다에 내려가면, 폭풍우에 몸을 맡겨야 한다는 것을”이라고 사아디는 말했다. 사아디가 자랑스럽게 묘사한 두 사람의 사랑과 헌신 속에서, 지배자는 노예의 지배를 받았던 것이다.




-  MICHAEL LYONS


- 옮긴이: 이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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