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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초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진행된 평화 행진. 오는 9월 21일에도 러시아 전국 각지에서 반전 평화 행진이 예정되어 있다.


서방 제국과 러시아 푸틴 정권의 대리전의 성격이 짙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면서 러시아를 떠나는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들이 급증하고 있다. 올해에만 이미 해외로 이주한 유명한 활동가들은 파벨 레베데프, 드미트리 치제프스키, 안드레이 나소노프, 드미트리 쿠즈민, 이반 시모치킨 등 십여 명에 이른다.


러시아 최대 성소수자 포털 중 하나인 Gay.Ru가 최근 약 1,700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46.9%는 해외 이주를 희망하고 있고(13.2%는 이미 떠나기로 결심함, 33.7%는 고려 중) 53.1%는 자국에 남는 것을 선호(30%는 아무런 변화를 느끼지 않음, 20.6%는 두려움을 느끼지만 떠날 생각은 없음)하고 있다. 특히 설문 조사 참가자의 2.5%는 서방 국가들의 대러시아 제재 조치 때문에 서방으로의 이주를 아예 단념했다고 응답했다.


이는 이전에 러시아 성소수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설문 조사 결과와는 다소 상이한 것인데, 2012년 2월에는 71.6%가 해외 이주를 희망하고 있었고, 16.4%만이 떠나지 않고 러시아에 거주할 것이라고 답했다.


2013년 8월 설문 조사 때는 많은 러시아 LGBT들이 자금 부족(45.8%), 타지에서의 소외에 대한 두려움(32.4%), 다른 나라의 언어와 법률에 대한 지식 부족(25.6%), 자국에 거주하는 애인, 가족, 친구(15.7%) 등 다양한 이유로 해외 이주를 거부한다고 답했다.


러시아 LGBT 인권 운동 단체 GayRussia.Ru 대표이자 모스크바 게이 프라이드 조직자인 니콜라이 알렉세예프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러시아 LGBT 활동가들의 대규모 이주 현상을 비판했다. 그는 일부 활동가들이 “자신의 개인적 운명을 위해 ‘동성애 선전 금지법’을 이용했다”고 주장하며 “그들을 비난하거나 축하할 생각은 없다”고 덧붙이면서도 “그들은 자기들만의 목표를 추구했으며, 일부는 이미 그 목표를 달성했다. 그러나 그들의 목표 달성은 러시아 LGBT 커뮤니티의 상황이나 LGBT 인권 투쟁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그는 “수백만 명의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는 러시아에 남았다. 어제도, 오늘도, 특히 내일도 여기에서 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작정 서방 이주를 꿈꾸는 성소수자들에게는 “서구는 천국이 아니다. 일상 생활에서의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는 서구라고 크게 다를 것이 없다. 물론 최근 서방에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훨씬 잘 드러낼 수 있게 되었지만, 이 역시 그곳의 LGBT들이 스스로 투쟁해 쟁취한 권리들이다. 호주, 영국, 미국, 프랑스의 경찰들은 40년 전만 해도 굉장히 동성애 혐오적이었다”고 전했다. 러시아 LGBT 인권 문제가 국제적으로 이슈화되기 시작하자 CIA(미국 중앙정보국)와 펜타곤(미국 국방부)을 강력히 비판해 온 알렉세예프는 “서방에서 우리는 아무에게도 쓸모가 없다. 돈을 펑펑 쓰는 관광객이나 청소 노동자, 맥도날드 알바 노동자가 아니라면 말이다”라고 글을 마무리했다.


- 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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