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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kyivpost.com


우크라이나 사태 직전 ‘동성애 선전 금지법’이 우크라이나 의회에서 2차 독회를 통과했다는 사실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는 2013년 6월 러시아에서 제정된 ‘미성년자 대상 비전통적 성관계 선전 금지법’과 사실상 동일한 법안이다. 영국 보수당 정권하에서 제정되었다가 2000년대 들어서야 폐지된 영국 지방정부법 제28조와 유사한 반동성애법이 2013년 러시아에서 제정된 이후 러시아 주변국으로도 ‘수출’되는 형편이다. 올해에는 키르기스스탄 의회에서도 ‘동성애 선전 금지법’ 제정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토마시 빌레크(Tomáš Bílek)는 체코 언론 <리도베 노비니(Lidové noviny)>에 기고한 글을 통하여 우크라이나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상황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그는 ‘동성애 선전 금지법’의 수출이 단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개인의 이데올로기적 영향력으로만 해석할 수 없다며, 기독교, 민족주의, 파시즘 등의 가치관들이 폭넓게 제휴하는 현상이라고 강조했다.


빌레크는 ‘동성애 선전 금지법’ 제정 물결이 일기 전부터 많은 국가들이 동성 결혼을 ‘예방’하기 위해 헌법으로 동성 결혼을 금지한 사례를 열거했다. 리투아니아(1992년), 몰도바(1994년), 아르메니아(1995년), 우크라이나(1996년), 라트비아(2006년), 조지아/그루지야(2014년) 등이 결혼을 남성과 여성 간 결합으로만 정의함으로써 동성 결혼 가능성을 아예 차단했는데, 이 국가들 중 상당수는 러시아 정부나 푸틴과의 관계가 우호적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우크라이나에선 ‘동성애 선전 금지법’이 끝내 제정될 가능성이 있을까? 어떤 사람들은 친러 세력이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를 상징하며, 친미, 친서방 세력이 동성애자 지지를 상징한다고 말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최근 알자지라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 동남부의 도네츠크 인민 공화국에서 탈출한 동성애자 난민들의 실상을 보도했다. 전쟁 발발과 함께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 폭력이 더욱 심해지면서 이들은 좀 더 ‘유럽적’이라고 생각한 우크라이나 중부로 도망쳤지만, 난민들을 돕는 키예프의 자선 단체들은 동성애자 난민 수용을 거부하고 있다. 소위 ‘친유럽’ 지역의 동성애 혐오는 전쟁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이 없다.


전투가 계속되면서 교전 양측 모두 과격화되는데, 그러다 보니 키예프에서도 ‘스보보다’나 ‘프라비 섹토르(우파 진영)’ 같은 극우 민족주의 정당, 단체들이 더 많은 영향력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덕분에 민족주의, 파시즘, 반유대주의, 호모포비아와 같은 이데올로기가 더욱 조장된다.


물론 우크라이나 동부 친러 지역의 민족주의자들 사이에서도 호모포비아가 만연해 있다. 최근 세르게이 악쇼노프 크림 공화국 총리는 크림 반도에서 동성애자 집회는 절대 용납될 수 없다고 발언했다. 그는 LGBT 커뮤니티가 퍼레이드를 조직할 경우, 경찰이 즉시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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