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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들을 ‘애국자’라고 소개한 카자흐스탄 보수 단체 ‘볼라샤크(미래)’가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선전 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볼라샤크’는 낙태권 등 여성 인권의 침해에도 앞장서 온 단체다.


이들이 제안하는 ‘LGBT 선전 금지법’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제정된 ‘미성년자 대상 비전통적 성관계 선전 금지법’보다 더 과격한 것인데, 러시아의 법이 행정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데 반해 카자흐스탄 보수 세력은 형사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바지 색깔과 DNA로 동성애자들을 구분할 수 있다며 적극적인 색출과 처벌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나그샤바이 예스므르자는 히틀러가 ‘아리아인이 아닌 사람들’을 파괴했던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볼라샤크’는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에 게이 클럽이 14군데나 있다며 폐쇄를 요구했고, 동성애자들이 학교, 대학, 군대 등에서 일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 대표인 다우렌 바바무라토프는 매년 동성애자의 수가 증가하고 있고, 지난 2년간 카자흐스탄 언론에서 약 100건의 ‘동성애 선전’을 발견했다며 ‘성다수자’로서의 권리를 주장하고 나섰다.


국제 인권 단체 ‘프리덤 하우스’의 카자흐스탄 지부장인 빅토리야 튤레네바는 “성적 지향에 따라 시민들을 차별하는 법안을 국회가 통과시킬 경우, 카자흐스탄의 국가 이미지에 타격이 있을 것이다.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원칙과 인권을 파괴하는 법이기 때문이다”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LGBTIQ(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퀴어)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카자흐스탄 사회에 만연한 것은 ‘동성애 선전’이 아니라 호모포비아(동성애 혐오)라면서, LGBTIQ에 대한 차별(일터와 가정에서), 낙인, 괴롭힘, 폭력, 혐오 범죄의 문제를 상기시켰다. 또 이들은 다양한 성적 지향과 성별 정체성은 서구의 문물이 아니며, 모든 문화권과 시대에 존재해 왔던 당연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진보적 언론인 자나르 세케르바예바는 도덕을 수호하기 위해서는 범죄, 부정부패, 유아 사망, 자살, 여성 및 아동 학대, 빈곤 문제에 맞서 투쟁해야 한다면서, 소수자에 대한 혐오 조장은 카자흐스탄 사회를 더욱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한편, 카자흐스탄 애국 보수 세력이 시내에서 컬러 바지를 입고 다니는 청년들은 모두 동성애자라며 비난을 퍼붓자, 진보적 청년들이 창의적인 방법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고 인터넷 언론 AND.KZ가 전했다. 이들은 컬러풀한 바지를 입고 사진을 찍어 SNS에 공유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는 이런 전설이 있다. 2차세계대전 때 나치 독일이 덴마크를 점령하고 모든 유대인들에게 노란 다윗의 별을 가슴에 달고 다니도록 강제했을 때, 덴마크 국왕 크리스티안 10세가 스스로 노란 다윗의 별을 가슴에 달고 국민 앞에 나타났고, 유대인이 아닌 국민들도 모두 노란 다윗의 별을 가슴에 달아 나치 독일군이 유대인들을 구분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는 크리스티안 10세가 1942년에 유대인들을 방문해 “비유대인들과 구분하기 위해 덴마크 유대인들에게 다윗의 별을 달고 다니도록 강제한다면, 나와 우리 황실도 다윗의 별을 달고 다닐 것이오”라고 말한 데서 유래한 전설이다. 카자흐스탄의 진보적 청년들의 최근 연대 행동은 이런 전설을 떠올리게 한다.


- 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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