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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말 이른바 '동성애 선전 금지법'이 키르기스스탄 의회 2차 독회에서 찬성 90표, 반대 2표로 통과됐다고 라디오 아자특이 보도했다. '동성애 선전'에 대해 형사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이 법안이 의회 3차 독회도 통과하고 마지막으로 대통령 서명까지 받으면 정식으로 효력을 발휘하게 된다.


지난 6월 24일 같은 내용을 보도한 로스발트에 따르면, 이 법안을 발의한 의원 중 한 명인 쿠르만베크 디칸바예프는 "우리는 전통적 가족 가치를 지킬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 사회 단체들은 이 법안이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7월 1일 아키프레스 보도에 따르면, 아실벡 제엔베코프 키르기스스탄 국회 의장(위 사진)은 비슈케크에서 열린 기자 회견에서 '동성애 선전 금지법'이 의회 2차 독회를 통과했음을 상기시키며 "나는 신을 믿는 사람으로서 우리 사회에서 LGBT(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가 성장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 한편 종교에는 그들(성소수자)을 이해해야 한다는 원칙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성소수자)도 다수의 사회 구성원이 원하지 않는 것을 이해하고 존중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제엔베코프 국회 의장은 이 자리에서 "이 문제는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어쨌든 법안은 2차 독회에서도 통과됐다. 그러나 위원회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3차 독회를 실시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3차 독회는 아마 9월에 실시될 것 같다. 법안이 아직 완전히 통과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법안의 장단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나는 이 문제에 영향력을 행사할 권리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동성애 선전 금지법'은 2014년 10월 15일 키르기스스탄 의회 1차 독회에서 통과됐다. 당시 아타메켄(조국) 사회주의당 소속의 진보 좌파 의원들은 이 법안이 LGBT 시민들에 대한 심각한 차별이자 탄압이라고 저항했으나, 동성애를 혐오하는 아르나미스(위엄) 당 등 보수 세력을 설득하는 데에는 실패했다. 이 법안은 결국 찬성 79표, 반대 7표로 1차 독회를 통과했다.


키르기스스탄 의회가 추진 중인 동성애 선전 금지법은 지난해 러시아에서 제정된 '미성년자 대상 비전통적 성관계 선전 금지법'과 매우 유사하지만, 다른 점은 러시아가 '동성애 선전'에 대해 행정 처벌(벌금형)을 내리는 반면 키르기스스탄은 형사 처벌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언론이나 인터넷을 통해 "비전통적 성관계에 관한 긍정적인 정보를 유포"할 경우 최대 1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일부 보수 의원들은 징역 1년형에서 3년형으로 늘릴 것을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이 법안이 키르기스스탄 의회 1차 독회에서 통과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구소련 지역을 비롯한 세계 각국 LGBT들의 항의와 연대가 이어졌다.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동성애 선전 금지법 제정에 반대하거나 키르기스스탄 성소수자들에게 연대를 표명하는 문구를 러시아어나 영어로 쓴 피켓을 들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리는 캠페인이 활발히 전개됐다. 이들은 키르기스스탄 LGBT를 지지한다는 뜻의 #supportLGBTkg라는 해시태그를 사용했다.


한편 2014년 10월 24일 국제연합(UN)도 성소수자 인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동성애 선전 금지 법안을 즉각 폐기할 것을 키르기스스탄 당국에 요청했다. 국제연합 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법 앞에 모든 사람이 평등해야 한다며 국가는 모든 시민을 차별로부터 보호할 의무가 있기 때문에 이 법안이 제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라비나 샴다사니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 대변인은 이 법안이 성소수자들의 신체의 자유, 표현의 자유, 집회의 자유 등 매우 기본적인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샴다사니는 이 권리들이 키르기스스탄도 참여하고 있는 국제 인권 조약에 의해 규정되고 있는 것들이라고 덧붙였다. 국제연합 측은 이러한 법안이 제정될 경우 성소수자, 특히 청소년 성소수자들에 대한 폭력과 차별의 증가, HIV 감염인 인권 상황 악화 등 악영향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 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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